러시아 본토 공군기지를 겨냥한 기습 공격은 우크라이나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사진 출처, SBU
- 기자, 폴 아담스
- 기자, BBC 외교 전문기자
- Reporting from 우크라이나 키이우
3일이 지난 지금도 우크라이나는 현지시간 1일 러시아의 전략 항공 전력을 겨냥해 벌인 '거미줄 작전'의 여파를 소화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4일 이번 대규모 공격을 주도한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SBU)은 이 복잡했던 작전 어떻게 실행되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자료 및 공격 당시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추가 공개했다.
아울러 이후 공개된 위성사진을 통해 러시아 올레냐, 이바노보, 댜길레보, 벨라야 공군기지 활주로 위에 망가진 항공기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작전이 얼마나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크라이나 관측통들은 1년 반의 준비과정을 거친 이번 작전에 대해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 분석가 그룹 '딥스테이트'의 창립자인 로만 포호르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우리 역사상 가장 멋진 작전 중 하나"라며 말을 꺼냈다.
"이번 작전은 우리도 강하고 창의적일 수 있으며 적들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파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공격 이후 공개된 대부분의 자료는 SBU가 직접 공개한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성과에 크게 고무된 SBU는 이번 작전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묘사하려고 하고 있으며 러시아 크렘린 이 이번 사건에 대해 거의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SBU의 이러한 정보 전략에 도움이 되고 있다.
작전에 참여한 SBU 요원들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지난 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러시아 측 항공기 41대가 망가졌거나 파괴됐다고 강조했다.
"그중 절반은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부는 복구할 수 있더라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휴전 협정이 체결됐다면 '거미줄 작전'을 펼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BU가 최근 공개한 최신 4분짜리 편집 영상에는 여러 중요한 세부사항이 담겨있다.
작전에 동원된 드론 117대 중 일부에서 촬영된 이번 영상에서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 수송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에 포탄이 떨어지는 모습이 담겼다. 폭격당한 항공기에서는 불꽃이 치솟는다.
이번 영상을 통해 처음으로 러시아 폭격기의 날개 아랫부분이 공개됐는데, 이를 통해 러시아가 이미 공습 시 파괴력을 높이고자 순항 미사일을 장착했음을 알 수 있다.
표적이 된 러시아 공군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내 조종사들이 조종하는 드론들은 기체 날개에 위치한 연료 탱크 등 취약점을 정확히 조준한다.
일부는 폭발 시 발생한 불덩이를 통해 연료가 가득 채워져 있던 탱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이륙 준비를 마친 상태였던 것이다.

사진 출처, PLANET LABS/REUTERS
영상에서 중요한 장면 중 하나는 바로 드론들이 소련 시절 처음 생산된 대형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베리예프 A-50' 2대를 향해 접근하는 모습이다.
이번 작전의 표적이 된 모든 항공기 중에서도 A-50은 600km 이상 떨어진 표적과 위협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탑재한 만큼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전까지 러시아는 A-50 약 9기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지난 1일 이전에도 이미 드론 공격으로 최대 3대가 격추되었거나 손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최근 공개된 영상 속에는 모스크바 동북부 이바노보 세베르니 공군기지에 있던 A-50 2대의 원형 레이더 돔이 드론에 피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상이 충돌 순간에 끊기면서 단정하기는 어렵다.
위성사진을 통해 다수의 폭격기가 손상된 사실은 명확히 확인되나, A-50의 피해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정말 이번 드론 공격으로 A-50 2대가 실제로 파괴되었다면 러시아의 이 중요한 자산은 현재 최대 4대까지 줄어들었을 수 있다.
안보전문가인 세르히 쿠잔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A-50 생산이 재개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극히 낮다. 수입 대체도 어렵고 생산 설비도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기종의 손실은 러시아에 단기간에 빠르게 보완할 수 없는 전략적인 문제입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한편 4일 오전 SBU는 이번 공격의 또 다른 인상적인 부분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영상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화물트럭에 장착된 특수 제작 컨테이너 안에 무장 드론을 숨긴 채 러시아 기지 4곳 근처까지 운반했다.
영상 2개에서 창문과 문까지 갖춘, 나무로 된 이동식 주택으로 보이는 물체 2개를 실은 트럭이 등장한다.
그중 한 영상에서는 지붕 패널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패널들은 내부에 보관된 드론 수십 대가 날아오를 수 있도록 공격 시작 직전 접히거나 제거되었다.
해당 영상들이 언제 어디서 촬영되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으나, 한 영상에 도로 옆에 눈이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수주 또는 수개월 전에 촬영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지난 1일 러시아 측 텔레그램 채널에는 공격 직후 컨테이너 뒤편으로 들어가는 경찰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후 몇 초 뒤 컨테이너가 폭발했는데 이는 폭발물이 설치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사진 출처, SBU
그렇다면 이토록 화려했던 작전은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항공 전문가인 아타놀리 크라프친스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전쟁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이미지 및 러시아 연방의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에는 "카드가 없다"고 소리친 지 약 3개월 만에 우크라이나는 강력한 반격을 보여준 셈이다.
크라프친스키는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에 러시아가 실제로는 약하고, 내부적으로 자신들을 방어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곧 태도를 바꾸리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이후 우크라이나가 벌인 이번 공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좋은 대화였다"면서 "하지만 즉각적인 평화로 이어질 만한 대화는 아니었다"고 적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공군기지 공격에 대해 반드시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습니다."